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비밀은 주휴수당에 있다.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 월급에는 주휴수당 21만2256원이 포함됐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3시간 이상, 1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유급휴가 하루가 발생한다. 근로자가 이 휴가를 쓰지 않으면 사업주는 수당으로 보상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과태료, 검찰 고발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주휴수당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12월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1345명)과 사업주(232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각각 44.3%, 60.3%가 주휴수당을 모른다고 답했다. 주휴수당을 알더라도 근로계약상 ‘을’인 근로자가 ‘갑’인 사업주에게 대놓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주휴수당을 요구하면 아예 채용이 안 되거나 해고당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중소 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휴수당까지 요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최저임금은 올해 사상 처음 6000원대를 돌파했고, 인상률(8.1%)도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올해 시급과 월급을 함께 고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예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을 고시해 이보다 적게 주는 사업장은 불법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는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월급을 계산하면 된다. 나름의 묘안이지만,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릴 수 없으니 주휴수당이라도 제대로 받도록 하자는 궁여지책이다.
9·15 노사정대타협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를 전제로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비정규직과 청년 등 취약계층의 안정성을 높여 보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고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휴수당 등 이미 마련된 법을 확실히 지키는 것도 중요한 노동개혁이다. 고용부가 올해 말 발표할 주휴수당 실태조사에서는 법 위반 사업장이 한 곳도 없길 기대한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