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세계 각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이다. 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이 알려지자 핵무기를 바탕으로 북한이 세계의 주적(主敵)이라는 설정의 콘텐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황당해 보였던 이 같은 내용이 이제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SNS에서 가장 부각된 것은 올 초 출시를 앞둔 게임 ‘홈프런트 레볼루션’. 미국 제작사가 만든 이 게임은 북한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를 점령한다는 내용이다. 전작 홈프론트‘(2011년)는 김정일 사망 뒤 김정은이 핵무기를 바탕으로 한반도를 통일한 뒤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정복하는 설정으로, 세계적으로 100만 장 이상 팔렸다.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는 ’머셔너리‘, 북한군과의 전쟁을 다룬 ’크라이시스‘와 ’스팅‘ 등 게임분야에서는 북한이 최악의 점령군으로 묘사된다.
누리꾼들은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개발하려는 현실에서 이런 콘텐츠가 과거만큼 허황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회사원 이태성 씨(38)는 “6일 수소폭탄 TV뉴스를 본 뒤 북한군의 침공을 막는 게임을 해봤다. 뭔가 일어날 법한 일로 느껴져 몰입도가 컸다”고 말했다.
영화 게임 등에서 북한이 악당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면서부터다. 이후 영화 ’007 어나더데이‘(2002년) ’스텔스‘(2005년) 등에서 북한군이 등장했다. 다만 이 영화들에는 소수의 인원이 악당캐릭터로 나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갈수록 북한이 세계를 침공한다는 식의 콘텐츠가 늘고 있는 것. 북한이 실제로 위협적 존재로 세계인에게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핵무기 때문에 북한이 전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데다, 수년째 발생한 각종 테러로 북한의 침공에 대한 세계인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 북한이 공포스러운 존재로서 비중이 커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