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이후/대결 치닫는 남북]南, 8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박근혜 대통령이 고심 끝에 결국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던 경고를 실행해 옮기는 것이다. 7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발표는 국방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만 해도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관계 부처가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부처 주무 장관들도 확성기 방송 재개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회의를 주재한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박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핵실험 응징’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군은 8일 낮 12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 최전방 부대 11곳에 배치된 대북 확성기를 일제히 가동할 방침이다. 출력을 최대한 높이면 주간에는 약 10km, 야간에는 약 24km까지 방송이 들린다. 10km 이상 더 멀리 음향을 보낼 수 있는 신형 이동식 확성기 6대도 투입된다.
물론 확성기 방송 재개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지뢰 도발’ 당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자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한다”고 협박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여성계 신년인사회에서 “현재 한반도의 대치 상황은 언제든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이 있을 수 있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도발에는 응징한다’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신뢰를 다 깨버린 상황에서 지금 신뢰와 대화를 이야기할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일단 ‘강경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대북 정책 기조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북 정책 기조를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 예정된 일정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여성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고 14일부터 정부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