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이후/답답한 여야]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우리가 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더불어민주당 이수혁·전 6자회담 수석대표)
여야가 전날 북한의 4차 핵실험의 대응책을 놓고 7일 공방을 벌였다.
반면 이 전 수석은 같은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가설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를) 강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할 수 있는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히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정부는 한반도에 핵무기의 생산, 반입 등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당은 대북 강경책을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4차 핵실험까지 마친 마당에 북핵 해법을 계속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할 시점이 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것이나 미군의 전술 핵 재배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일부 당 지도부도 원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대북정책의 재검토와 핵전략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를 지키기 위한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만 핵 고립화돼 있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의 핵무장론과 관련해 “북핵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의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주장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공조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북한에 핵 개발 명분을 더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을 두고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 자체가 매우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