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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명령서 필적 분석으로 본 김정은

입력 | 2016-01-08 03:00:00

[北 4차 핵실험 이후/답답한 여야]“비스듬히 빠르게 써…도전적 성향”
컴퓨터 아닌 손으로 쓴 보고서… 손글씨 서류 고집한 김일성 모방




“용지의 양식을 무시한 매우 가파른 기울기의 글씨는 도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미국필적학회(AHAF) 회원인 구본진 변호사(법무법인 KCL)는 북한이 6일 공개한 수소폭탄 최종 실험 명령서를 바탕으로 김정은의 성격을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출신인 구 변호사는 오랫동안 피의자들의 자필진술서를 분석해 성격을 연구해 왔다.

구 변호사는 7일 “김정은은 글씨를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추정되는데 이는 급한 성격을 나타낸다”며 “가파른 기울기의 글씨는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화가 앤디 워홀의 글씨체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이 직접 사인한 군수공업부 명의의 수소폭탄 실험 관련 보고서가 프린트물이 아닌 필사본인 점도 주목된다. 애플사의 스마트기기를 좋아하는 신세대 김정은이 아날로그식 필사 보고서를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김정일에게 올리는 ‘1호 보고서’는 모두 프린트한 것이었다. 김정은도 취임 초기 프린트된 ‘인공위성’ 발사 요청서에 사인했다. 어느 순간 필사본으로 바뀐 1호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의 권위 콤플렉스를 엿볼 수 있다. 쉽게 프린트할 수 있는 서류가 아닌 정성을 담아 손으로 쓴 보고서를 받음으로써 자신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존재임을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 하기에 집착하는 김정은이 서류 결재 형식 역시 김일성의 방식을 흉내 냈을 가능성도 있다. 아날로그 세대인 김일성은 손으로 쓴 글씨가 눈에 익다는 이유로 사망할 때까지 필사된 서류를 고집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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