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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방송통신대 로스쿨 설치

입력 | 2016-01-08 03:00:00

법조인력 진입 장벽 낮출 기회 vs 법조인 질적 저하 초래 가능성




《 방송통신대에 로스쿨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등록금이 적고 수강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법조인력 진입 장벽을 낮출 기회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방송통신대 로스쿨이 기존 제도의 병폐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법조인력 진입 장벽 낮출 기회

김재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贊]사법시험 폐지 시한이 다가오면서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시험 만능적 사고에 바탕을 둔 이런 주장들은 이 제도의 단점을 침소봉대한다. 법대와 로스쿨 모두에서 가르친 교수들은 로스쿨 도입 이후 학생들이 법대 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교수도 더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뚜렷한 변화를 경험한다. 그렇다면 로스쿨 도입은 성공적 개혁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의 전환은 보다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로스쿨 제도에서 지적되는 고비용 구조는 그 원인을 알면 시정이 가능하다. 높은 전임교수 비율을 완화하고, 비전임 실무교원을 더 활용하면 된다. 로스쿨 운영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면 등록금을 내릴 수 있다.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은 폐지하고, 모든 장학금이 성적에 관계없이 경제적 사정에 따라 지급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입학 전형의 문제는 선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전형 요소를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입학 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직장인, 전업 주부, 장애인 등 특별한 사정으로 로스쿨에 진학하기 힘든 이들의 문제다. 현행 제도는 3년간 풀타임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로스쿨 진학을 허용한다.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이들을 보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절감한다. 육아나 가사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법률사무소나 기업 법무팀에서 법률 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 업무상 법 관련 일을 자주 하는 공무원이나 언론기관 종사자 등에게도 로스쿨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야간 및 온라인 로스쿨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 발표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방송대에 로스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송대에 먼저 로스쿨을 개원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고 문호 개방의 효과도 크다. 그동안 축적된 방송대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를 로스쿨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방송대의 ‘개방 대학(open university)’ 운영 방식을 로스쿨에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기존 로스쿨의 입학정원제와 달리 방송대는 졸업정원제로 운영해야 한다.

기존 로스쿨과 방송대 로스쿨이 강의 콘텐츠를 공유하여 주간 로스쿨의 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전문 강좌들의 공동 제작 및 활용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사법시험이 희망의 사다리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 현상이다. 이것은 응시자 절대 다수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시험이다. 방송대 로스쿨 설치를 포함한 야간 및 온라인 로스쿨의 도입은 희망의 사다리를 진정으로 제공하는 방안이다.

김재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법조인 질적 저하 초래 가능성 ▼

노영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변호사

[反]문제가 생겼을 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해결하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태도를 나무랄 때 미봉책(彌縫策)이라는 말을 쓴다. 미봉책으로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는 발표를 하자 로스쿨 재학생들이 학사 일정을 거부하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왔고, 로스쿨 수료생들은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들이 시험에 응시해 더 큰 사회적 혼란은 없었지만, 출신 성향별로 상호 간에 불신과 반목이 극에 달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아직도 감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뜬금없이 ‘야간 및 방송대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현행 로스쿨은 대학 4년 이외에 3년이라는 시간과 연간 6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다. 진입 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돈 스쿨’이라는 비웃음과 ‘금수저’ 논란이나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간이나 방송대 과정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늦깎이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방송대 로스쿨 과정은 실제로는 로스쿨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문제점들을 야기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금의 로스쿨 제도는 투명하지 않은 입학 과정과 취업 기준의 불명확성, 공개되지 않는 변호사 시험 성적 등으로 인해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실력 외적 요소가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쳐 부나 권력의 세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로스쿨 졸업으로 제한해 직업 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로스쿨에서 3년간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변호사를 선발하도록 되어 있어 사법시험 출신과 비교하여 실력이 떨어진다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점, 로스쿨 자체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방송대 로스쿨의 도입으로는 ‘고비용의 완화’를, 야간 로스쿨 도입으로는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문제만 해결될 뿐이다. 오히려 실제 입학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 졸업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은 방송대의 현실을 고려할 때 방송대 로스쿨 제도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야간·방송대 로스쿨이 ‘2류 법조인 양성소’로 전락하거나 로스쿨의 서열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 또 해마다 낮아지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변호사 수 사이의 균형을 고려할 때, 방송대 로스쿨 정원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도 새로운 문제로 추가될 수 있다. 결국 교육부의 대안 제시는 최악의 미봉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노영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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