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위원
회담 쟁점은 북한에 제공할 원자로의 노형(爐型) 결정 문제. 그 전해 전쟁 위기까지 치닫게 했던 북한 핵문제는 10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기본 합의로 해소되는 듯했다. 북한이 핵 활동을 중지하고 사찰을 받는 대신 경수로(輕水爐)를 제공받는다는 것이 합의의 요지. 문제는 북한이 한국표준형 경수로를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일주일을 예상하고 떠났던 출장은 무려 한 달이나 끌었다. 북한은 결국 한국형 경수로를 받았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큰 보람으로 느껴졌다.
‘기대 섞인 착각’ 북핵 능력 키워
이번 4차 실험에서 북한은 지난 세 차례 실험과 달리 핵무기 운반수단인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을 생략했다. 북한은 1차(2006년 10월) 2차(2009년 5월) 3차(2013년 2월) 실험을 하기 1∼3개월 전에 모두 장거리미사일을 쐈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쏘지 않았을지언정 운반수단 실험을 포기한 건 아니다. 더 치명적 운반수단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사출 실험을 했다. 그것도 지난해에만 5, 11, 12월 세 차례나 했다. 세 번째는 4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불과 16일 전이었다.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은 ‘궁극의 핵무기’로 불린다. 잠수함에서 쏘기에 사전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적의 공격으로 지상 핵무기가 파괴돼도 ‘2격(Second Strike)’을 가할 수 있기에 상대가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최상의 억제력을 갖고 있다.
‘궁극의 핵무기’가 北 최종목표
이른바 ‘수소탄 시험’을 앞두고 연달아 SLBM 사출 실험을 한 북한의 의도는 자명하다. SLBM에 수소탄을 장착한 궁극의 핵무기를 갖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발표하면서 ‘소형화한 수소탄’을 유난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이른바 5대 핵 강국은 모두 수폭과 SLBM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SLBM으로 1만 km 이상 날아가는 대륙간탄도탄을 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 중, 러 3국 정도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