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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수용]안개 속 세종 아파트

입력 | 2016-01-08 03:00:00


3년 전 세종특별자치시는 ‘뭉치면 편하고, 흩어지면 고달픈 동네’였다. 주민의 8할이던 공무원과 기자들은 오전 7시 반 통근버스를 떼 지어 타고 안개 속 출근을 했다. 점심이면 다 같이 승합차로 백숙집에 갔고, 저녁이면 동네 하나뿐인 치킨집에서 번호표를 받았다. 교실이 부족해 초등학생 자녀들은 인근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받았고, 아이스라테가 그리운 젊은 엄마들은 조치원행 버스에 올랐다. 공무원, 기자 그리고 그 가족들은 세종시를 시베리아 유배지에 빗대 ‘세베리아(세종+시베리아)’라고 불렀다.

▷근래 세베리아 세종시가 투자 유망지로 바뀐 것은 이 지역 인구가 크게 늘 것이라는 공감대 덕분이다. 전문 투자세력은 진작부터 부동산을 사쟀지만 일반인이 몰려든 건 2014년 1월 국무조정실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로 유명한 스타벅스가 들어올 정도면 상권이 유망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후 도램마을, 가재마을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도시가 몰라보게 커졌다. 무엇보다 세종시 주민들 뇌리에는 ‘과천 신화’가 생생하다. 1983년 정부과천청사가 들어선 뒤 과천이 ‘준강남’으로 성장한 전례를 세종시도 따라갈 거라는 기대다.

▷어제 정부가 세종시 공무원에 대해 아파트 재당첨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아파트를 싼값에 특별공급받은 공무원 및 국책연구기관 직원 9802명 중 2652명(27%)이 분양권을 되팔아 차익을 냈는데 이들에게 또 당첨 기회를 주는 제도가 불공평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차익을 남겼다. 이제 와 제도만 바꾸는 게 무슨 소용인가.

▷일부 공무원이 분양권 전매를 했다고 투기집단으로 매도할 순 없다. 청사와 더 가까운 데로 이사했거나 다른 기관으로 파견 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애초 세종시 거주 의사가 없는데도 시세차익만 챙기려고 특별공급을 받은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다. 재테크에 눈먼 양심불량 공무원들을 가려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한다면 도매금으로 비난받은 다수 공무원의 억울함도 풀릴 것이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