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가동]北 4차 핵실험 이후

마주 보는 남북 초소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철조망을 경계로 대치한 남북 초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군 초소(아래쪽)와 북한 측 초소(위쪽)가 마주 보는 가운데 북한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접경지 주민들 긴장 속 일상생활 지속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8일 접경지 주민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사태를 지켜봤다. 경기 연천군 중면 횡산리의 은금홍 이장(66)은 “대부분의 주민이 집과 경로당 등에서 평소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의 대북 방송 결정을 지지하면서 북의 도발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주민은 만일의 사태를 우려하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북 도발 위협 때 5일간 대피소에서 지냈던 중면 삼곶리 주민 강모 씨(52)는 “대북 방송이 시작된 정오부터 불안한 마음에 집 안팎을 들락거렸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 양구군 을지전망대, 화천군 칠성전망대, 철원군 철원평화전망대 등 강원 접경지역 안보관광지 운영도 8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후부터 전방지역 서너 곳에서 김정은 체제와 핵실험 성공을 찬양하는 내용의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합참 관계자는 “남측의 확성기 방송을 방해하고, 장병 충성심 제고 등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지난해 5월보다 비행거리가 월등히 늘어난 12월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선 수면과 거의 직각으로 솟아오른 SLBM은 30∼40m 높이에서 점화됐다. 한국군 관계자는 “제대로 된 사출시험이라면 바다 위로 오르자마자 점화돼야 하지만 너무 높이 올랐다”며 “다른 미사일 점화와 합성한 의혹도 있다”고 말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 개성공단 폐쇄나 철수 카드 부각
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북 민간교류가 전면 보류된 데 이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개성공단) 폐쇄나 철수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정부는 북한의 상황 등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체류 국민의 신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철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간다면 개성공단 철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국제사회 대북 제재 공동전선에 동참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북-중 무역 규모 대폭 축소, 금융거래 중단 등을 수용한다면 대북 제재 대상이 군수물자와 사치품에서 일반 교역 물자로까지 확대된다. 개성공단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가 구체화되면 한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도 그에 맞춰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우경임 / 연천=정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