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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교체시기… 北核등 동시다발 악재에 위기대응 공백

입력 | 2016-01-09 03:00:00

[총선-청문회에 매달린 경제수장들]




#1.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문재도 2차관 주재로 에너지시장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단교를 선언하며 원유시장에 혼란이 벌어진 지 나흘 만이다.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에너지 정책의 수장인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이름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윤 장관은 이날 부처 대변인을 통해 총선 출마 예정 지역구에서 선거 조직을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2.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된 이날 기획재정부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회의가 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주재로 담당 국장들이 모여 북한 관련 대책을 숙의했다”고 밝혔지만 대응책은 공개되지 않았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 중국 주식시장 폭락, 국제유가 급락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지면서 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정부 경제팀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직 장관들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새로 올 장관 후보자들은 청문회 및 대통령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경제 상황을 챙기며 적극 대응에 나섰던 기재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최경환 부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관련 긴급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7일 중국 증시가 7.21% 폭락하며 개장 29분 만에 거래가 중단되고 8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부총리의 언급은 없었다.

유일호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효자로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문회와 14일 열릴 박근혜 대통령 업무보고를 준비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내놓은 2차 서면답변서에서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3%대 성장률 달성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늘어놨다.

기재부의 리더십 공백은 정부의 위기 대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도발한 6일 금융위원회가 오후 2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나서야, 기재부는 부랴부랴 2차관 주재로 ‘긴급 경제금융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비슷한 회의를 부처별로 열고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에 박힌 메시지를 반복해서는 투자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고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경제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인상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수장 교체기의 기재부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위기 대응보다 유 후보자 취임 이후 이뤄질 1차관 및 고위공무원 인사 향방이 더 큰 관심사다. 에너지 정책과 수출 등 실물 경제를 챙겨야 하는 산업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윤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조직 거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총선에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개인적으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하 의원 보좌관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상의했다”고 밝혔다. 현직 장관 신분으로 출마 준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늦거나 우왕좌왕하다가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성장 둔화 등 대외 변수가 예상보다 따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교체에 따른 실책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세밀한 정책 집행과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