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티는 끝났다/조지 패커 지음·박병화 옮김/636쪽·2만8000원·글항아리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 한 대학생이 “미국이 왜 가장 위대한 나라인지”를 묻자 주인공인 뉴스 앵커가 대답한 것이다. 순위 하나하나는 사실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강국 미국의 공교육이나 의료보험, 부의 재분배 수준 등이 엉망진창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평범하지만 ‘미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현대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어떻게 심화되는지 조명한다.
세 인물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중에 실리콘밸리의 신화와 본질, 인터넷 기업의 흥망, 서브프라임 모기지 열풍 속에서 자행되는 다양한 사기, 월스트리트 점령운동, 토크쇼 진행자로 엄청난 부를 획득한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의 양면성 등을 콜라주처럼 삽입한다.
지은이는 극작가이자 ‘뉴요커’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다. 앞서 이라크전쟁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 책 ‘암살자들의 문:이라크의 미국’을 쓰기도 했다.
인터뷰와 조사를 바탕으로 쓰인 논픽션이지만 다양한 인간들에 대한 묘사의 핍진함은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난다. 경작지를 잃은 미국 이주 농민의 고통을 다룬 존 스타인벡의 1939년 소설 ‘분노의 포도’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