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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평범한 인물 통해 본 미국 사회의 불평등

입력 | 2016-01-09 03:00:00

◇미국, 파티는 끝났다/조지 패커 지음·박병화 옮김/636쪽·2만8000원·글항아리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증거는 절대 없어. 문자해독률은 7위, 수학은 27위, 과학은 22위, 기대수명은 49위, 유아사망률은 178위지. (…) 우리는 딱 세 가지 분야만 세계를 리드하고 있어. 인구당 감옥에 가는 비율, 천사가 진짜라고 믿는 성인 비율, 그리고 국가 방위비.”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 한 대학생이 “미국이 왜 가장 위대한 나라인지”를 묻자 주인공인 뉴스 앵커가 대답한 것이다. 순위 하나하나는 사실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강국 미국의 공교육이나 의료보험, 부의 재분배 수준 등이 엉망진창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평범하지만 ‘미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현대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어떻게 심화되는지 조명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딘 프라이스는 미국 남부의 담배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나 주유소와 패스트푸드 사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이윤을 정유회사 등이 가져가고 남는 것이 없었던 차에 2008년 금융위기를 맞고 파산한다. 그는 폐식용유나 카놀라유에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사업으로 재기하려 하지만 여러 난관에 처한다. 이 밖에 오하이오 주의 제철도시 영스타운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태미 토머스, 워싱턴의 정치세계에 인생을 걸었다가 좌절하는 제프 코너턴 등의 삶이 주요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어떻게 명멸하는지 그려진다.

세 인물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중에 실리콘밸리의 신화와 본질, 인터넷 기업의 흥망, 서브프라임 모기지 열풍 속에서 자행되는 다양한 사기, 월스트리트 점령운동, 토크쇼 진행자로 엄청난 부를 획득한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의 양면성 등을 콜라주처럼 삽입한다.

지은이는 극작가이자 ‘뉴요커’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다. 앞서 이라크전쟁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 책 ‘암살자들의 문:이라크의 미국’을 쓰기도 했다.

인터뷰와 조사를 바탕으로 쓰인 논픽션이지만 다양한 인간들에 대한 묘사의 핍진함은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난다. 경작지를 잃은 미국 이주 농민의 고통을 다룬 존 스타인벡의 1939년 소설 ‘분노의 포도’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