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왼쪽)이 1월 4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5, 16대 의원을 지내고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에서 노동국장을 역임한 이훈평 전 의원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직후 동교동계 대변인 격으로 동교동계의 탈당을 여러 차례 예고하고 나섰다. 1월 4일 그는 기자들에게 “탈당에 대한 원칙은 (동교동계 사이에서) 합의가 다 끝났다”며 “시기만 여러 여건을 보면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탈당은 하되, 시기는 조정 중이고, 안철수 신당에 당장 참여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뭐 하나 똑 부러지듯 정해진 게 없는데도 그는 왜 동교동계의 탈당을 예고하고 나선 것일까.
동교동계는 크게 신파와 구파로 나뉜다. 구파는 권노갑 고문을 정점으로 김옥두,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등이 중심이고 신파는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 등이 주축이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동교동계가 구파와 신파로 나뉘어 반목할 때 그 틈새를 비집고 김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급부상한 이가 박지원 의원이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왼쪽)이 1월 4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탈당 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
▼ 탈당하더라도 안철수 신당에 곧바로 합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듣자 하니, 안 의원이 조건에 잘 안 따라와서 교섭이 힘들다고 하더라.”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 동교동계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면 안 의원에게 도움이 될까.
“상징성이 있지 않겠나. 호남 민심이 안철수에게 향했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 왜 그런가.
▼ 안 의원이 동교동계와 손잡을 것으로 보나.
“명분으로는 필요할 텐데, 어떻게 결론 낼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안 의원이 동교동계를 직접 끌어들이려 하지는 않으리란 점이다. (DJ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신년인사를 다녀온 것으로 호남에 대한 구애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지 않겠나. 다만 (안 의원이) 김홍걸(DJ 3남)을 어떻게 예우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동교동계는 뜨거운 감자
동교동계가 더불어민주당 집단 탈당을 예고하고 있지만, 정작 안철수 의원은 동교동계 탈당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안 의원은 1월 4일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동교동계와 교감하고 계십니까”란 물음에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안 의원 측 인사는 “동교동계 탈당은 우리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분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1월 6일 안 의원 측 공보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
▼ 동교동계와 더불어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에 합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나.
“합의하거나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 그분들이 알아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 안 의원이 동교동계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아 교섭이 잘 안 된다는 얘기가 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나.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런 것 없다.”
▼ 동교동계가 어떤 조건을 제시했나. 지분을 요구했나.
“그런 얘기를 나눌 때가 아니고,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도 못했다.”
▼ 안 의원이 권노갑 고문과 지난 연말에 직접 만나지 않았나.
“두 분이 만났는지, 그것도 모르는 사실이다. 내가 (안 의원) 일정을 다 알 수는 없다.”
새 정치를 하겠다며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에게 동교동계는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호남이 선택한 안철수’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손을 잡아야 할 대상이지만, 30~40년 전 민주화운동 과정에 형성된 ‘동교동계’와 ‘새 정치’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은 딜레마다.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안 의원의 다음 선택은 뭘까. 동교동계 도움 없이 나 홀로 새 정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동교동계와 손잡고 호남 맹주로 먼저 등극한 뒤 다음 스텝을 고민할까. 안철수 의원의 다음 한 수에 그의 미래가 달렸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6년 1월 13일~19일자 10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