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나흘 만인 10일 미국이 첫 대응 조치로 핵미사일을 탑재한 B-52 장거리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B-52는 미국이 동맹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핵심 전략 무기다. 유사시 북한의 핵, 미사일 기지는 물론이고 김정은이 숨는 지하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동맹이 핵 공격을 당하면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당했을 때와 같이 지원한다는 ‘확장억제개념’에 따른 조치다.
북한 김정은은 어제 인민무력부를 방문해 “수소탄 시험은 자위적 조치”라고 핵실험 뒤 첫 발언을 내놨다. 영상 조작 의혹이 있기는 하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사출시험 장면을 공개한 것도 국제사회가 뭐라 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북 노동신문은 “미국의 비핵화 타령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기만술책에 불과하다”며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핵으로 체제를 지키겠다는 망상은 되레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북의 붕괴를 한사코 막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안다. 이번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고강도 대북 제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중 공산당 기관지 환추시보도 이날 “국제사회가 오직 중국의 대북 압박에만 기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매우 유치한 발상”이라는 억설을 폈다.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지금까지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뒷받침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한중 사이에 대북 제재를 놓고 외교적 마찰이 불거진다면 중국 책임이 될 것이다. 일본과의 갈등으로 미뤄왔던 한일 정보공유협정의 체결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이 굳건하게 협력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이번 주에 낼 대국민 담화에는 ‘한미일 대(對) 북중’ 양상의 동북아 외교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담겨 있어야 한다. 우방의 협력을 이끌어 내 북핵 문제를 반드시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도 정부와 한마음으로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