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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떠난 서울시향 공백 ‘거장’ 에센바흐가 일단 메웠지만…

입력 | 2016-01-11 03:00:00

9일 공연 관객 갈채에 단원들 ‘휴…’
악장 등 핵심 멤버 속속 계약 만료… 남은 공연 대체 지휘자 확보 과제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운데)가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2016년 첫 정기 연주회를 마친 뒤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에센바흐는 지난해 12월 서울시향을 떠난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이날 연주회의 지휘봉을 잡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남은 숙제가 만만치 않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해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10년간 서울시향에 몸담았던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떠난 뒤 첫 연주회였다. 공연 40분 전부터 대극장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 대극장 2900석 중 2317석이 팔렸다. 서울시향의 정기 공연이 주로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기준(약 2500석)으로는 매진에 가까운 숫자다.

이날 정 전 감독을 대신해 독일의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들었다. 연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협연자로 나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10분간 터져 나왔다. 단원들은 에센바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 탓인지 서로 껴안으며 등을 두드려 주기도 했다.

청중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정 전 감독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준 에센바흐와 뛰어난 연주력을 선보인 서울시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3년 전부터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찾고 있다는 조여진 씨는 “정 전 감독이 없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연주를 들어보니 10년간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송주호 씨는 “에센바흐라는 1급 지휘자 덕분인지 연주곡을 잘 소화했다. 아직 대체 지휘자가 정해지지 않은 16,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말러 교향곡 공연이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우선 정 전 감독과의 인연으로 서울시향에 들어온 외국인 연주자나 기획자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 합류한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는 지난해 12월 말 계약 만료를 끝으로 떠났다. 계약이 1년 남은 공연기획자 마이클 파인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럼펫 수석 알렉상드르 바티, 팀파니스트 아드리앙 페뤼송, 트롬본 수석 앙투안 가네의 계약 기간도 올 상반기에서 내년이면 끝난다.

남은 8차례 공연의 대체 지휘자도 구해야 한다. 16, 17일 공연 지휘자는 11일 발표한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지휘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최수열 부지휘자와 대체 지휘자 공조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도 대체 지휘자를 보고 환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