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이후]對北제재 강화 동참할까
○ 중국 원유 없이 북한 3개월도 못 버텨
2011년 중국 해관(세관) 통계에서 월간 대북 원유 수출량이 ‘0’으로 처음 표시되자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핵개발 중지 △6자회담 복귀 압박용으로 중국이 기름 카드를 꺼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매월 집계를 분기·연간 집계로 바꾸는 등 통계만 들쭉날쭉했을 뿐, 대북 원유 수출은 꾸준히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장시설이 취약한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3개월도 못 버틸 만큼 원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며 “북한의 대혼란을 초래하는 강력한 수단이어서 중국이 파이프를 잠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2만∼3만 t 규모의 원유를 배로 실어올 수는 있지만 연간 50만 t 규모인 중국의 공급량을 따라오기 어렵다. 중국이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기름을 제공해도 북한이 받을 수밖에 없던 것도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 안정성 때문이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2년의 경우 북한의 중국 석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150달러로 다른 원유 산지인 두바이유(10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94달러) 가격보다 1.5배가량 비쌌다. 북-중 사이의 친밀도에 비춰 우호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시장가격보다 낮았던 중국산 기름값은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많이 뛰었다.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제3국에서 직접 원유를 들여오지 못하는 것은 보유한 선박들이 낡았고 국제 거래를 많이 하지 않는 데다 대북 제재로 외화 거래가 차단돼 있어서다. 중국은 단천상업은행, 압록강개발은행처럼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과는 거래를 끊었지만 조선광선은행, 조선하나은행 등과는 여전히 거래하고 있다. 여기서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고 북한의 희귀 광물 등 북-중 간 수입·수출품을 상계(相計)하는 ‘물물교환’도 가능하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 중국의 제재 카드는?
베이징(北京)의 한 대북 소식통은 “생명줄 절단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은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때가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지나치게 기울 때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최근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모든 원조를 중단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차원의 신규 제재 방법으로 거론되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도 제재)’, 대북 금융제재의 성패도 중국이 쥐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거래 대상의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의 협조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의 결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