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 사이 유행 ‘혼술’ 주의령
회사원 양모 씨(35)는 최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외국 드라마를 보며 맥주를 한두 캔 비우더니, 요즈음엔 보드카 등 독한 술로 옮겨갔다. 저녁 회식에서 모처럼 ‘발동’이 걸렸는데 자리가 1차에서 파하면 아쉬운 마음에 편의점에서 술을 두세 병 사서 들어가는 날도 잦아졌다.
양 씨처럼 20, 30대 사이에서 혼술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관련 글 33만 건을 분석한 결과 혼술은 ‘낭만’ ‘편하다’ ‘힐링’ 등 긍정적인 키워드와 함께 쓰인 비율이 높았다. 양 씨는 “원치 않는 자리를 피해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술이 스트레스 해소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혼술을 즐기는 습관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혼자 술을 마시면 음주량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돼 본인 주량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의 10% 정도가 호흡을 통해 배출되지만 혼술에서는 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강웅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사교의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로 추구하는 것은 중독의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혼술이 늘어나는 데에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겨울엔 일조량이 줄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이 억제돼 잠을 설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술을 더 많이 찾는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허성태 원장은 “최근 20, 30대의 상담 건수가 늘었다”며 “술 대신 산책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혼술을 꼭 즐기고 싶다면 술을 마실 시간과 양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