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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로 스트레스 해소?… ‘혼쭐’납니다!

입력 | 2016-01-11 03:00:00

20, 30대 사이 유행 ‘혼술’ 주의령




회사원 양모 씨(35)는 최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외국 드라마를 보며 맥주를 한두 캔 비우더니, 요즈음엔 보드카 등 독한 술로 옮겨갔다. 저녁 회식에서 모처럼 ‘발동’이 걸렸는데 자리가 1차에서 파하면 아쉬운 마음에 편의점에서 술을 두세 병 사서 들어가는 날도 잦아졌다.

양 씨처럼 20, 30대 사이에서 혼술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관련 글 33만 건을 분석한 결과 혼술은 ‘낭만’ ‘편하다’ ‘힐링’ 등 긍정적인 키워드와 함께 쓰인 비율이 높았다. 양 씨는 “원치 않는 자리를 피해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술이 스트레스 해소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혼술을 즐기는 습관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혼자 술을 마시면 음주량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돼 본인 주량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의 10% 정도가 호흡을 통해 배출되지만 혼술에서는 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강웅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사교의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로 추구하는 것은 중독의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술이 술을 부르는 악순환은 혼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은 뇌의 보상회로를 직접 자극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고, 일시적으로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면 뇌의 보상회로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음주자는 더 독한 술을 원하게 한다. 이처럼 알코올 섭취가 늘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는 줄어 우울감과 불안감은 오히려 이전보다 커진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신 술이 더 큰 우울감과 더 많은 술을 부르는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

혼술이 늘어나는 데에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겨울엔 일조량이 줄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이 억제돼 잠을 설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술을 더 많이 찾는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허성태 원장은 “최근 20, 30대의 상담 건수가 늘었다”며 “술 대신 산책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혼술을 꼭 즐기고 싶다면 술을 마실 시간과 양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