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물갈이’ 싸고 친박끼리 갈등… 비박계의 주장은 상당 부분 관철 본격 공천국면서 친박 반격 주목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 룰’ 결정 과정에서 의외로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김무성 대표가 우선추천 등을 받아들이며 번번이 물러선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친박계는 지난주 잇달아 열린 공천 룰 특별기구와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판정패’를 당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결선투표의 범위 등을 확대해 이른바 ‘박근혜 사람들’이 들어갈 여지를 넓히려 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가 “(주장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고 자평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당 주변에선 “친박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말이 나온다.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논의 초기에 설익은 전략공천 주장을 꺼내 들며 ‘상향식 공천=착한 공천’이라는 인식만 심어줬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높은데도 친박들이 말하면 메시지 거부 현상이 있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공천 룰을 놓고 친박 의원이 오히려 거들기도 한다. 8일 의총에서도 한 친박 중진 의원이 나서서 “20대 총선에서 필승하려면 경선 후유증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결선투표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비박계의 주장을 지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 주 당에 복귀하면 전략공천 등 본게임에서 친박계가 다시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최 부총리는 8일 서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친박 중진들과 여의도에서 만찬을 했다. 환영식이었지만 공천 등 당내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