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사회부
김 교수는 위안부 할머니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있던 현장에 달려가 “그림으로 상처를 치료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6일 더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도 “상처받아 찢어진 국민의 아픔을 치료하는 데 정치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쟁에 질리고 경제난에 지친 국민은 김 교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랬기에 이번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김 교수의 해명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그의 말처럼 나눔의 집이나 학생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작은 오해’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의혹을 풀어가는 그의 방식이다. 김 교수는 위안부 할머니 그림 사용에 대해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으로부터 구두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나눔의 집 측에 책임을 미룬 것이다.
이른바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부인하면서도 “물론 학생이 (나에 대해서) 서운하고 (나에게) 부족한 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자신보다는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성명서까지 내며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은 김 교수의 ‘복귀 후’를 걱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영입인사 지위를 반납하며 “나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제가 입은 이번 상처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해 더 진실하게 쓰일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다시 현장에 돌아간 김 교수가 환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고 잘 아물게 해주길 바란다.
전주영·사회부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