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 사회부 기자
기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돈을 많이 벌지도, 부모님이 부자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 네 명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어느덧 큰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나머지 아이 셋은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닌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세 아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낸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누리과정은 저출산 대책으로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이다. 2014년까지 국비가 일부 지원됐지만 지난해부터 교육청이 전액 교육재정부담금에서 충당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 대공황 때 이야기다. 하루가 급한 경제정책을 놓고 여야 정치인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상황을 보다 못한 은행장 한 명이 정치인들을 초청해 자신의 유람선에 태우고 허드슨 강변을 오가며 합의할 때까지 내려주지 않았다. 결국 정책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누리과정 문제도) 유람선인 아라호에 관계자들을 태우고 한강을 오가며 해결하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농담 같은 말이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자의 속마음과 딱 들어맞았다. 대책 없이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교육청과 공약까지 하고도 발뺌하는 정부 모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상에 태어난 지 고작 5, 6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정쟁의 ‘인질’이 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을 잘 키우자는 목표가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 어느 당이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도리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