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1)는 전성기 시절 ‘역전 불허’로 유명했다. 붉은 셔츠를 입고 나서는 마지막 날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승을 다투던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해 무너트린다는 평가를 들었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나 단독 선두로 출발한 56개 대회에서 52차례나 우승했다.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는 지난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차례 정상에 오르며 우즈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뒷심 부족이 아쉬웠다. 지난해까지 54홀을 선두로 마친 8개 대회에서 그의 승률은 5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스피스는 새해 들어 첫 대회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필드의 지배자로 거듭났다. 2016년 벽두부터 스피스의 천하가 예상되는 이유다.
스피스는 11일 미국 하와이 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파73)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7타를 쳤다. 전날 5타차 선두였던 스피스는 최종 합계 30언더파를 기록해 2위 패트릭 리드(미국)에 8타차 완승을 거뒀다. 역대 미국PGA투어 4라운드 대회에서 30언더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어니 엘스(31언더파) 이후 두 번째다. 스피스는 우즈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만 23세 이전에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선수도 됐다.
스피스의 독주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회 종료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의 우승 확률을 재조정했다. 스피스는 6대 1에서 5대 1로 올라간 반면 이 대회를 공동 10위로 마친 데이는 7대 1에서 8대 1로 내려갔다. 이 대회에 불참한 매킬로이는 6대 1.
중계를 맡은 미국 NBC의 해설가 피터 제이콥슨은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 우즈 같은 위대한 골프 선수는 자신만의 분위기와 무대를 만들 줄 안다. 이제 미소와 열정을 가진 스피스가 그런 반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