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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신사옥 가보니…

입력 | 2016-01-12 03:00:00


지난해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들어선 삼성 부품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은 반도체 칩 세 장이 쌓여 있는 듯한 모양으로 세계적 설계회사인 NBBJ가 설계했다(위 사진). 신사옥 내부는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 정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는 애플, 구글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회사지만 기업 문화는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임직원 30만 명이 넘는 항공모함 같은 회사면서도 작은 스타트업의 발 빠른 변신을 추구한다. 이른바 ‘삼성의 딜레마’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체질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해답 찾기에 나선 이유다. 삼성전자는 2013년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완제품 분야 혁신에 무게를 둔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출범시켰다. 》

손영권 사장과 데이비드 은 사장이 각각 이끄는 두 조직에 주어진 미션은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내 투자하거나 인수해 삼성과 손을 잡도록 하는 것이었다. 손 사장은 1983년부터 인텔 등 실리콘밸리 주무대에서 오래 활동해 왔다. 올 1월 1일자로 승진한 은 사장 역시 구글과 AOL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문화에 누구보다 익숙하다.

○ 체질 변화의 중심지

8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신사옥에서 만난 손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처럼 삼성이 이미 증명한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1등을 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뉴 비즈니스’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하나의 ‘장터’로 표현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파트너들이 만드는 에코시스템이 살아있는 장터라는 것이다. 세계 최강 하드웨어 회사이면서도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는 유독 약했던 삼성전자이기에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찾은 새너제이 신사옥(총 투자비 3억 달러·약 3600억 원)은 반도체 칩 세 장이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세계적 설계회사인 NBBJ가 설계한 이 사옥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손 사장은 “이 건물은 삼성전자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못지않은 훌륭한 파트너라는 걸 스타트업들에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건물 입구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 정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GIC가 2014년 8월 인수한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마트싱스’ 사무실에서 만난 은 사장은 ‘짬뽕론’을 펼쳤다. 그는 “GIC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한국 본사로, 삼성의 성공 문화를 실리콘밸리로 옮겨 서로 ‘짬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GIC가 인수한 스마트싱스와 마그네틱 보안 전송 특허 업체 루프페이가 대표적 예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에 잘 ‘짬뽕’돼 IoT 사업과 삼성페이 론칭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삼성의 미래를 볼 수도

‘변화하는 이재용호’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관심을 갖는 사업 분야를 살펴보면 앞으로 삼성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손 사장은 미래 핵심 기술로 △차세대 자동차 등 스마트 머신 △스마트 헬스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등을 꼽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최근 ‘우버 생태계’를 중심으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완성차 및 전장 업체 모두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 사장은 모바일 커머스와 가상현실(VR)을 꼽았다. 모바일 커머스는 월렛 서비스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가 기대되는 산업이라고 했다. VR 기기도 오락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상 강의실’ 등의 형태로 유명 석학의 강연을 세계 곳곳에서 1만여 명이 동시에 듣는 방식 등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너제이·팰로앨토=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