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들어선 삼성 부품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은 반도체 칩 세 장이 쌓여 있는 듯한 모양으로 세계적 설계회사인 NBBJ가 설계했다(위 사진). 신사옥 내부는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 정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제공
○ 체질 변화의 중심지
그는 실리콘밸리를 하나의 ‘장터’로 표현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파트너들이 만드는 에코시스템이 살아있는 장터라는 것이다. 세계 최강 하드웨어 회사이면서도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는 유독 약했던 삼성전자이기에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찾은 새너제이 신사옥(총 투자비 3억 달러·약 3600억 원)은 반도체 칩 세 장이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세계적 설계회사인 NBBJ가 설계한 이 사옥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손 사장은 “이 건물은 삼성전자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못지않은 훌륭한 파트너라는 걸 스타트업들에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건물 입구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 정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GIC가 2014년 8월 인수한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마트싱스’ 사무실에서 만난 은 사장은 ‘짬뽕론’을 펼쳤다. 그는 “GIC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한국 본사로, 삼성의 성공 문화를 실리콘밸리로 옮겨 서로 ‘짬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GIC가 인수한 스마트싱스와 마그네틱 보안 전송 특허 업체 루프페이가 대표적 예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에 잘 ‘짬뽕’돼 IoT 사업과 삼성페이 론칭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삼성의 미래를 볼 수도
손 사장은 미래 핵심 기술로 △차세대 자동차 등 스마트 머신 △스마트 헬스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등을 꼽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최근 ‘우버 생태계’를 중심으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완성차 및 전장 업체 모두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 사장은 모바일 커머스와 가상현실(VR)을 꼽았다. 모바일 커머스는 월렛 서비스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가 기대되는 산업이라고 했다. VR 기기도 오락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상 강의실’ 등의 형태로 유명 석학의 강연을 세계 곳곳에서 1만여 명이 동시에 듣는 방식 등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너제이·팰로앨토=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