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작년 9월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을 사실상 파기했다. 한노총은 어제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9·15 노사정 대타협이 파탄 났음을 공식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시한을 정하지 않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협의하고, 국회에 제출된 노동개혁 5개 법안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19일 공식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합의안과 이를 바탕으로 한 노동개혁 5개 법안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귀족노조’ 기득권 타파라는 점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애당초 개혁 대상인 노조가 협상 주체로 참가한 노사정위에 개혁을 맡긴 것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과 다름없다. 한노총이 반발하는 정부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지침 초안도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마련된 수준으로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 해고’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한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은 노동개혁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영국의 강성 노동운동에 메스를 들이댄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1980년대 노동법 개정과, 노조의 파업 요건을 대폭 강화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지난해 노동개혁은 모두 정부가 주도했다. 강력한 개혁으로 독일을 부흥으로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작년 5월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대담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