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이후]
2013년 재가동 목적이 삼중수소… 소량 생산해 증폭핵분열탄 만든듯
英, 같은 공정서 화재… 영변도 위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2013년 4월 재가동을 선언한 영변의 5MW 원자로에서 리튬6에 중성자를 대량으로 조사(照射)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수십 g, 많게는 수백 g의 삼중수소를 생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삼중수소를 최근 4차 핵실험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증폭핵분열탄 제조에는 수십 g의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기존 핵폭탄보다 수백 배 위력이 센 수소폭탄을 만들려면 수십 kg이 소요된다.
당시 북한이 5MW 원자로의 재가동을 선언했을 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핵물질(플루토늄)의 추가 확보가 주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0년대 초부터 비밀리에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가동해 연간 최대 20kg의 고농축우라늄(HEU)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핵물질인 HEU를 보유한 북한이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 원자로를 재가동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군 정보당국은 판단한 것.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전후로 정찰위성 등이 확보한 영변 5MW 원자로의 동향 첩보를 면밀히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5MW 원자로를 드나든 차량과 인력 등 삼중수소의 생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모든 종류의 증거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흑연감속로를 삼중수소 제조에 활용한 외국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 검토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 영국에서는 5MW 흑연감속로의 원형으로 알려진 윈드스케일 원자로에서 삼중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핵연료봉에 우라늄 대신 리튬6를 넣은 뒤 가동하다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조작원의 실수가 사고 원인으로 발표됐지만 삼중수소 개조를 위한 연료봉 등 관련 시설을 무리하게 개조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건설된 지 30년이 지난 북한의 영변 원자로에서도 삼중수소의 생산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