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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 우승 노리는 세인트루이스, 끝판대장 품다

입력 | 2016-01-12 03:00:00

오승환 입단 초읽기… 네번째로 한일무대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




《 오승환(34)이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세인트루이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에 앞서 11일(현지 시간) 메디컬테스트를 받았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구단들과의 협상에서 ‘연평균 300만 달러(약 36억 원)’를 요구해 온 오승환의 조건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면 이상훈(보스턴), 구대성(뉴욕 메츠) 임창용(시카고 컵스)에 이어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쳐 미국에 진출하는 네 번째 선수가 된다. 》










Q. 불펜 왕국이 왜?

의존도 높은 특정 선수들 과부하 상태
강한 불펜의 중요성 점점 높아져… 한국선수에 대한 지속적 관심도 한몫


A.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0.617)을 기록한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48세이브로 구원부문 리그 2위를 차지한 특급 마무리 트레버 로즌솔을 앞세워 팀 평균자책점도 2.94로 리그 1위였다.

그런데도 세인트루이스가 오승환을 선택한 건 불펜에 걸린 과부하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의 셋업맨인 케빈 시그리스트와 세스 메이네스는 지난 시즌 각각 74와 3분의 2이닝, 63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캔자스시티가 켈빈 에레라-루크 호치버-웨이드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강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30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도 세인트루이스의 불펜 강화 욕구를 자극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11월 박병호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때 최고 액수를 적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강정호와 박병호가 미국에 진출할 때도 유력한 영입 후보 팀으로 꼽혔었다. 2013, 2014년 두 시즌 연속 세인트루이스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LA 다저스의 류현진의 활약도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

오승환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프로야구의 한신이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오승환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 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8일 오승환에게 ‘총 경기 수의 50% 출장정지’ 징계를 내려 오승환으로서는 비빌 언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Q. 팀내 입지는?

마무리 로즌솔前 등판 필승계투조 유력
우완 주축 메이네스, 땅볼 유도 투수… 오, 탈삼진 능력 좋아 상대적 유리



A.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셋업맨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이 마무리 로즌솔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의 역할을 맡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완인 오승환은 우선 팀의 오른손 불펜 요원들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팀으로서는 마무리 투수 앞에 좌완인 시그리스트와 오승환을 비롯한 우완 불펜 요원을 고루 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경기 후반부 상대팀의 대타 작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팀의 주축 우완 불펜이던 세스 메이네스의 평균자책점은 4.26이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네스가 싱커를 중심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라는 점과 비교해 오승환의 뛰어난 탈삼진 능력이 우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셋업맨에게 상대팀의 추가 진루를 막는 탈삼진 능력은 중요하다. 오승환은 지난 11시즌 동안 총 646과 3분의 1이닝에 나서 77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닝당 약 1.2개꼴이다.

시즌 막판 부상에서 돌아온 조던 월든은 0.87의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했지만 올 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갈지는 의문이다. 지난 시즌 중 밀워키에서 이적한 조너선 브록스턴도 2009년 36세이브를 거두는 등 리그에서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였지만 현재는 전성기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사실상 롱맨 역할에 가깝다. 오승환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Q. 안착할 수 있을까?

150km 초반 ‘돌직구’ 통하느냐가 열쇠
작년 장착 포크볼이 새 무기 될수도… 낯선 보직-장거리 이동 체력도 변수



A. 리그 안착의 가장 큰 변수는 오승환의 돌직구다. 시속 150km대에 묵직한 볼 끝을 가졌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속 100마일(약 161km)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도 적지 않다.


체력도 우려된다. 지난 시즌 63경기에서 69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체력 소모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시즌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직구 구속이 140km 후반대에 머물렀고 150km대로 던진 공도 스트라이크 존보다 높게 들어가거나 가운데로 쏠렸다. 피안타율이 2014시즌 0.159에서 지난 시즌 0.221로 치솟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국, 일본과는 차원이 다른 메이저리그의 이동 거리도 부담이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부터 비중을 늘린 포크볼의 구사도 고민해볼 문제다. 아웃카운트 3, 4개를 책임지는 셋업맨의 역할에 따라 여러 구종을 구사하기보다는 확실한 1, 2개 구종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최근 메이저리그의 추세다. 그러나 새로운 구종 장착이 투수에게 큰 무기가 된다는 점 또한 간과하기 힘들다.

셋업맨이라는 낯선 보직도 오승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다행인 점은 메이저리그는 불펜의 역할이 세분돼 국내의 셋업맨처럼 때때로 긴 이닝을 소화할 염려는 적다는 것이다. 사실상 7, 8회에 나오는 또 다른 마무리인 셈이다.

지난 시즌 오승환은 “타자들이 잘 치는데 어떻게 하냐”며 부진의 원인을 상대 타자들에게서 찾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첫 시즌은 달라야 한다. 답은 오승환 자신에게 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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