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냥이 로라가 살고 있는 곳은 길다란 복도 양쪽으로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복도식이다.
어느날 쓰레기를 버리려고 잠깐 현관문을 열어놓은 사이 갑자기 로라가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보려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로라 뒤를 보호하듯 따라다니며 복도 왕복하기를 며칠 시켜줬다.
그런데 그 후 얼마가 지나 엘리베이터의 벽에 경고문 하나가 떡하니 붙었다.
"공용장소인 복도에 개나 고양이를 산책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또 대형견을 제외하고 아파트 내 공용장소에서는 반드시 펫을 안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펫에 대한 경고문이라면 보통 개에 대한 것인데 웬 고양이? 경고문 속의 산책 고양이는 틀림없이 우리 로라였다.
일본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산책하는 개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이들이 개와 함께 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도록 '펫버튼'이 달려 있는 엘리베이터도 적지않다.
'펫버튼'은 강아지 모양이나 PET이라 쓰인 버튼인데 펫을 데리고 탄 보호자가 눌러두면 밖에 있는 사람이 그 표시를 볼 수가 있어 편리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렇듯 일본에서 펫과 함께 살기란 매사 조심해야 할 일 투성이다. 규칙을 잘 지켜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펫가능' 집 구하기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런 집이 드물다. 펫의 천국 일본인데 그 많은 펫들은 대체 어디 살고 있는 걸까?
더구나 펫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월세의 1~2달치를 계약금으로 더 내야만 한다. 지금의 집 계약시엔 펫에 대한 규약이 한 페이지나 됐다.
펫의 품종에 나이까지 기록하며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당부받는다. 그럼에도 펫과 같이 사는 걸 허락해주는 집주인이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로라, 그 재미난 복도 산책도 이젠 할 수가 없다.
참 보기 드물지만 가끔 목줄 한 고양이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부럽다는 생각 뿐이다. 로라도 답답한 집을 벗어나 이번 봄에는 가까운 공원부터 좀 걸어볼까?
볼 것도 없는 복도를 걷다가 경고받는 일은 다시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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