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 유명무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인 10일 오후 서울 명동. 한 화장품 가게에서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금환급 방법을 묻고 있는데도 제대로 안내해 주는 직원은 없었다. 답답한 관광객이 다른 가게에서 받은 명동의 한 면세대행업체의 창구 약도를 내밀었지만 “그 업체는 우리 가맹점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정부가 새해부터 시행한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가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세금을 즉시 돌려주는 데 필요한 각종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건당 3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의 상품(인당 100만 원)을 구입했을 때 상점에서 바로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가 실시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관광 명소인 서울 명동 시내에서는 즉시환급을 받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즉시환급에 대해 회사에서 어떤 방침이 내려온 것도 없고 용어 자체도 잘 모르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즉시환급 시 필요한 여권정보 리더기, 외국인 구매 정보가 관세청으로 바로 전달되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 등도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았다. 명동 유니클로 매장도 큼지막하게 ‘TAX FREE(택스 프리)’라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세금 즉시환급은 가능하지 않았다. 유니클로와 손잡은 면세대행업체인 글로벌 택스프리가 즉시환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면세 혜택을 받으러 구입한 물건을 들고 상점마다 가입한 면세대행업체(글로벌 택스프리, 글로벌 블루 등)를 찾아다녀야 했다. 중국인 관광객 쑤톄 씨(38)는 “물건을 구입한 뒤 바로 그 상점에서 현금으로 세금을 돌려받는 일본과 달리 일일이 면세창구를 찾아다녀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 산 곳에서 바로 면세 혜택을
국내 유통 업체들도 사후면세점의 즉시환급제 시행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다. 전국 30여 개 점포에서 사후면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즉시환급제 시행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편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도 중국인 관광객 등으로 인해 매출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시환급제를 크게 반기지 않는 곳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들의 구매 비율은 점포당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즉시환급제가 매출 향상을 견인할지도 의문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급을 받기 위해 늘어서는 줄 때문에 기존 내국인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