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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美하원 외교위원장 “전략적 인내 이젠 작동 안해… 오바마, 새 대응책 마련해야”

입력 | 2016-01-13 03:00:00

[北 4차 핵실험 이후]
‘對北제재 강화 법안’ 주도한 로이스 美하원 외교위원장




로이스 위원장

미국 연방 하원이 이르면 12일(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대북 제재 강화법안(H.R.757)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하원을 거쳐 상원까지 통과하면 북한 4차 핵실험 후 미국의 첫 양자(兩者) 제재 조치가 된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주도해 공화당 17명, 민주당 12명 등 의원 29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1년 가까이 하원 전체회의에 계류돼 있었다. 유사 법안이 2014년 7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뒤 지난해 다시 발의된 것이다.

로이스 위원장 등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달러 등 ‘경화(hard currency)’ 획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대북 제재 법안으로는 처음으로 이란 제재 법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형태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 조항을 포함시켰다. 북한과 거래를 하는 미국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등 제3국의 개인과 기업도 미국 법에 따라 제재를 받도록 한 것이다.

대(對)이란 제재 법안이 이란과 거래하는 미국과 제3국의 모든 개인과 기업을 무조건 제재하도록 했던 것에 비해 이번 법안은 ‘제재할 수 있다(may)’란 표현을 사용해 행정부에 재량권을 줬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 정부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 방안과 수위를 신중히 검토하는 만큼 의회가 정부에 제재의 재량권을 주기 위해 일종의 ‘북한판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또 제재 대상도 대폭 넓혀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거나 인권 유린 행위에 가담한 북한의 개인과 단체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현재 상원 외교위에 계류 중인 다른 2건의 대북 제재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 외교위는 11일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불러 북핵 대응 방안에 대한 비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첫 대북 제재 법안 처리를 주도한 로이스 위원장은 11일 하원 전체회의 토론 후 의회 내 캐넌하우스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번 법안 처리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하원 전체회의에서 “북핵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번 대북 제재 법안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나.

“2005년 미 행정부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자 북한 관리들은 미국 정부 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 내 돈을 돌려줄 것이냐’고 졸라댔다. 그 후 잠시라도 태도 변화가 있었다. 지금으로선 변화를 유도하는 제재만이 실효성이 있다.”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는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법안에 찬성하는 이유는….

“민주당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만으로는 더 이상 북한 김정은 정권을 다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는 북한이 미국을, 우리의 동맹인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임 중 마지막 국정연설(12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나.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로이스 위원장은 “‘전략적 인내’는 이제 작동하지 않고 있다(It doesn‘t work)”고 단언한 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만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였다는 뜻으로 들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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