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女, 유명사업가 80대 아들에 접근… 만남 두달만에 토지양도 첫 ‘작업’ 혼인신고후 모든 재산 처분뒤 사라져… 자산가, 거리서 음식 얻어먹다 발견돼 체중 10kg 줄어… 가족, 혼인무효訴
80세인 2013년 여름 A 씨는 알고 지내던 목사를 통해 또 다른 목사인 박모 씨를 소개받았다. 박 목사는 A 씨에게 이모 씨(61·여)를 소개했다. A 씨의 재산은 이때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씨는 A 씨를 만난 지 2개월 만인 2013년 10월 A 씨 소유의 서울 종로구 일대 토지를 본인에게 넘겨준다는 토지양도증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증서에는 “10년간 성심성의로 돌봐준 은혜에 보답하고 하나님에게 가는 날까지 돌봐주기로 하는 것으로 해 이 토지를 이 씨에게 양도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이 씨는 A 씨를 데리고 계속 주거지를 옮겨 다녔다. A 씨의 휴대전화 번호도 변경해 가족과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상태로 지내다 결국 이 씨는 2014년 1월 3일 A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A 씨 재산을 처분했다. 공시지가로만 71억 원에 이르는 종로구 일대 토지 등 총 90억 원어치의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바꿨다. 불과 10개월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씨는 2014년 10월 13일 A 씨와 이혼했다.
혼자 남겨진 A 씨는 배가 고파 2014년 겨울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발견됐다. A 씨는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 방치된 채 살고 있었다. 2013년 12월 몸무게가 65kg이었던 A 씨는 경찰에 발견돼 자식에게 인계된 2014년 11월에는 55kg에 불과했다.
A 씨 측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가정법원에 이 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혼인 무효가 되면 이 씨가 처분한 재산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A 씨 측은 “치매로 혼인을 식별할 의사 능력이 없었다”며 이 씨가 한 혼인신고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A 씨가 작성한 토지양도증서나 유언장에는 이 씨를 10년이나 반평생 알고 지냈던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2개월 전에 알게 된 사이였던 점도 덧붙였다. 또 “이 씨는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 없이 A 씨의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혼인신고가 됐더라도 당사자 일방에게만 부부관계 설정을 바라는 효과의사가 있고 상대방에게는 그런 의사가 없는 혼인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