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 담화 및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무디스가 건국 이래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a2로 우리나라를 평가했다”며 “고용 호조가 지속되고, 가계부채의 질적인 구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새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한쪽 면만 너무 강조하면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 경제팀이 박 대통령에게 숨은 위험요인을 제대로 설명했는지도 의문이다. 무디스가 작년 말 한국 신용등급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흘 전 “북한의 정치 경제적 압박은 갑작스러운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한국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고용동향의 메시지는 작년 청년 실업률이 9.2%로 사상 최고라는 우려이지 ‘고용 호조’와는 거리가 멀다. 가계 상환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고정금리 대출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도만으로 부채의 질을 판단하는 것도 근시안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다시 한 번 일으켜서 이 나라의 부흥을 반드시 이뤄내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닦겠다”며 “올해가 경제를 되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돌이켜 보면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도 3%대 성장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통일대박’을 외쳤으나 북한의 핵 위협은 한층 위험해졌다. 여야가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할 1월 임시국회 기간에 대통령은 여당 원내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남미 과테말라에 보내기까지 했다. 더욱이 어제 중국 증시가 5개월여 만에 3,000 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세계경제가 어두운 터널로 빠져드는 국면에 정부의 자화자찬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박 대통령이 경제 현안과 관련한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상(像)과는 거리가 있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당청이 ‘한 방향으로 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라면 진작 당청 협의를 통해 야당에 쟁점법안과 관련한 차선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야당을 설득해 타협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대통령 리더십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