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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보위기에 “사드 검토” 대통령 회견, 중국은 반대 자격 없다

입력 | 2016-01-14 00:00:00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대국민 담화 및 신년 기자회견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안보와 경제는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데 지금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이라고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규정했다.

북한의 6일 핵실험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대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핵 무장론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깨는 것”이라며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고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라 한미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의 회견 뒤 중국 외교부는 “유관 국가가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논평해 사드 배치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국 런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시보는 이에 앞서 “중국은 북한 목을 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는 반대할 것”이라며 “한국은 대국(大國)의 전략 게임을 즐기는 미국의 한 개 ‘바둑알’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깨닫고 미국의 모든 요구에 맞춰서는 안 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얕잡아 보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역대 최상의 한중관계’라며 외교 현실을 호도해온 외교안보라인에 대해 박 대통령이 “국제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문책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한중 간에 대북 제재는 물론이고 사드 체계 도입을 놓고도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소지가 없지 않다. 미중 간에 남중국해 분쟁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평가하고 ‘포기 못할 자산’으로 껴안기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이 북의 핵 개발엔 눈을 감으면서 한국의 자위적 사드 체계 배치를 트집 잡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런 중국의 반응이 나오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제재가 포함된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도출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까지 참석했던 우리 대통령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절제된 언어로 압박한 것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박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에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을 했다. 당초 엄중한 대북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어떤 나라도 감히 우리와 우리의 동맹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것이 파멸에 이르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북한에 경고하는 데 그쳤다. ‘핵 불장난’을 저질러 놓고 평화협상을 요구하는 북한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 3년 연속 국정연설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미국은 작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한 것과 7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밝힌 대로 북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라는 단어를 19차례, ‘핵실험’이라는 단어를 10차례 썼지만 ‘통일’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의 4차 핵실험에 의해 근본적으로 변화한 북핵 문제에 조응해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환을 시사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전체주의 체제로 규정하고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은 진실의 힘”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전체주의적 독재와 인권 유린을 하고 있는 북한을 다루는 방법’으로 ‘인터넷 같은 정보의 유입’을 말했듯이 진실은 북한을 내부로부터 흔들고 말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서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고 가는 수밖에 없다. 어제도 북 무인기 1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왔다가 우리 군이 기관총 20여 발로 경고사격을 하자 되돌아갔다. 북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장병 1000여 명이 전선을 지키겠다며 전역 연기를 신청한 모습이 대견하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