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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날에 무인기 띄운 북한

입력 | 2016-01-14 03:00:00

軍 경고 사격 받고 되돌아가… “대북 확성기 중단” 등 전단 살포
김정은, 韓美 겨냥 ‘핵공격’ 언급




북한이 무인기를 남측으로 날려 보내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대남 전단을 대량으로 살포하는 등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인 13일에 맞춰 추가 도발을 위한 대남 탐색전을 벌이는 동시에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후 2시 10분경 서부전선 최전방 도라산 관측소(OP) 상공에 북한 소형 무인기 1대가 몇 초간 군사분계선(MDL)을 30m가량 침범했다가 우리 군이 K-3 기관총으로 경고사격을 하자 즉각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어온 건 지난해 8월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이후 처음이다. 합참 관계자는 “MDL 인근 3km 상공에서 북한 무인기가 포착되자 전투기와 공격헬기를 긴급 출동시키는 등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격추를 위한 조준사격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4월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경내를 촬영하는 등 남측 대비태세를 농락했던 만큼 군이 즉각 격추해 대북 응징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이후 전방지역의 우리 군 전력 배치 상황 등을 염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성기를 겨냥한 포격 도발 같은 고강도 기습 도발을 위한 사전 징후일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4차 핵실험에 관여한 과학자들에게 당과 국가 표창을 주는 자리에서 “적들이 위협적인 도발을 감행하면 당중앙(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핵공격을 가할 수 있게 핵무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어 “지금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한국 등)이 조선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면서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에 핵공격을 위협하는 첫 대응에 나선 것이다.

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비난하며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 소동은 지난해의 8월 사태를 재연해 제2의 6·25전쟁 참화를 몰아오기 위한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위협했다.

군은 12일 오후와 13일 새벽 임진각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대남 전단을 매단 대형 풍선 여러 개를 날리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와 경기 의정부 동두천 파주 양평 일대에서 대남 전단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다양한 크기의 컬러 용지로 제작된 전단은 최대 수만 장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동두천에서 발견된 전단에는 ‘민심 외면한 전쟁광녀’ ‘박근혜 패당 미친개 패듯 때려잡자’ 등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군 관계자는 “주로 서북도서 쪽으로 날아오던 북한 전단이 서울 한복판까지 뿌려진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대북 전단탄이나 신형 전단살포 기구를 활용해 대북 심리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윤완준·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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