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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어당팔’ 황우여의 지역구 챙기기

입력 | 2016-01-14 03:00:00


2008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당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한 차관과 간부들이 각기 모교를 찾아가 2000만∼500만 원씩 격려금 지급을 약속했다. 한데 이런 ‘선행’이 공개된 직후 여론이 부글부글 끓었다. 김 장관을 포함한 10명이 약속했다 취소한 격려금 7500만 원이 개인 지갑이 아니라 국가예산인 특별교부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모교에 인심을 쓰려 한 것이다.

▷‘나랏돈으로 생색내기’ 종목이 있다면 이 정도는 메달권에 들지 못한다. 별명이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인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퇴임 직전 지역구(인천 연수구)에 52억9100만 원의 특별교부금을 챙겼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기숙사 신축과 청학중 다목적강당 건립 지원 등 7개 사업을 위해서다. 영재학교 기숙사(26억1200만 원)는 그가 오기 전에 결정된 사안이라 해도 부적절한 처신이다. 그것도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교육재정 논란이 시끄러운 와중이라 더욱 염치없어 보인다.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4%로, 올해는 1조4443억 원 규모다. 이는 지역교육 현안 사업이나 재해 대책 등에 대비한 여윳돈인데 그 운영을 둘러싼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진다. 국회의 예산 심의 없이 각 부처가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기에 장관의 쌈짓돈처럼 쓰이거나 권력 실세의 입김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2007년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친분 있는 사찰의 정비 사업에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지원하도록 행정자치부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피 같은 국민 세금을 왜 장관이나 의원이 생색내는 데 낭비하는가. 눈먼 돈처럼 쓰이는 특별교부금의 수술이 시급한데 교육부 특별교부금을 3%로 축소하는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나저나 온갖 꼼수로 지역 예산을 챙긴 의원을 비판한 기사가 실리면 “이거 봐라. 내가 얼마나 고생해 예산을 끌어왔는지!”라며 큰소리치는 증빙자료가 된다고 한다. 황 전 부총리는 지역구를 챙기는 데 ‘당수 8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