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라이터, 2016년을 말하다]<4>美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
제러미 리프킨은 일흔한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1시간여 동안 열정적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시가 공유경제 사업에 적극적인 것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개별 공유경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없으면 소용없기 때문에 프랑스 네덜란드처럼 플랫폼 투자를 서둘러야한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기후변화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 공포심을 느낄 정도예요. 우리는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했고 그 결과 탄소 배출량도 폭발적으로 늘었죠. 환경 재앙으로 3, 4세대 안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것이 제가 공유경제를 강조해온 이유입니다.”
공유경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재화와 콘텐츠를 나눠 쓰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공유경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 비전”이라며 조목조목 예를 들기 시작했다. “카 셰어(Car share), 아파트 셰어처럼 자원을 공유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죠. 가정마다 미니 발전소를 설치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해도 마찬가지고요. 향후 전체 자동차의 80%가 사라지고 나머지 20%는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일 겁니다. 공유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낙관론 아닐까?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일자리 문제로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현재 경제 구조로 실현할 수 있는 최대 생산성은 20년 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노동, 경제 개혁을 해도 현 시스템에서는 소용없어요. 메르켈 총리에게 ‘세 가지 기술 즉 인터넷, 재생에너지, 자동화된 교통·운송·물류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들을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플랫폼으로 결합시키는 3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답했죠.”
다만 리프킨은 “네트워크 중립성과 사생활 보호, 데이터 보안, 사이버 범죄 등 ‘다크넷(dark net)’ 문제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제 공유경제 사회가 오냐’고 묻자 그는 “2040∼2050년 정도이지만 이미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싸이’를 봐요. 인터넷에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배포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요? 한 명에게 배포하든, 수백만 명에게 배포하든 비용은 거의 0원에 가깝습니다. 정보재를 생산하는 기술 비용도 하락 중이죠.”
“자본주의가 공유경제라는 ‘자식’을 낳은 거죠. 현재 30대 초반 이하의 세대는 자본주의와 공유경제를 동시에 경험합니다. 제품을 직접 쇼핑하면서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 등 정보재를 생산하고 공유합니다. 사물인터넷 덕분에 사이버 공간을 넘어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한계비용이 제로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어요. 2050년에도 자본주의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유일한 경제 체제는 아닐 겁니다.”
리프킨은 또 “한국은 공유경제가 발전하기 좋은 나라지만 권력 부문이 뒤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은 개인의 정체성을 중시하면서도 커뮤니티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하더군요. 예술, 음식, 디자인 등 문화에서도 전성기를 맞았다고 봐요. 다만 아직 한국이 뒤떨어져 있는 것은 권력 분야입니다. 한국의 신세대는 투명성, 개방성, 수평성을 원하는데 현재 한국의 권력 구조는 중앙집중화돼 있고 구세대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그래서 세대 간 갈등이 커집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