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시 대처법
수의사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보호자가 어린 포메라니안을 안고 와서 뜨거운 물을 쏟았는데 강아지에게 튄 것 같다는 것이다. 살펴보니 이미 털은 마른 상태였고 털이 워낙 빽빽해서 뜨거운 물이 피부에 깊게 침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냉찜질을 해주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틀 후 나타났다.
재진을 온 포메라니안 환자의 옆구리쪽 피부는 딱딱해지고 짓물이 나서 털이 뭉친 부분도 관찰됐다. 화상에 의한 환부는 사고 직후에도 나타나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난 후에야 완전히 보이게 된다. 따라서 환부가 번지는지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하는데 많은 털 탓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호기심 많고 주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 반려동물들에게 화상사고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끓는 물이나 온열패드, 핫팩, 심지어 드라이어 바람까지 직접 뜨거운 열기에 닿아 생기는 화상뿐 아니라 전기코드를 물어 뜯다가 감전에 의한 화상이 생기기도 한다.
화상사고는 일반 상처와는 다르게 조직을 괴사시키고 2차 감염을 쉽게 유발시키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화상 부위뿐 아니라 전신적인 상태를 같이 체크해야 한다.
만약 끓는 물이나 달궈진 금속 등 열기에 접촉하여 생긴 화상이라면 냉찜질을 하면서 가는 것이 좋다.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으로 환부를 감싸 환부에 냉기와 수분을 유지해주면 화상 부위가 더 퍼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이 포메라니안의 경우 다행히 환자가 비교적 어렸던 만큼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줘서 치료는 잘 마무리됐다. 비록 화상 흉터가 남았지만 엄청난 털 덕에 잘 가려졌다.
그리고 나에게는 흉터보다 깊은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