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실축하면 계란을 맞을 것 같아서 겁이 났다.”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C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문창진(23·포항)은 멋쩍게 웃었다. 페널티킥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4년 전 한국이 우승한 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전에서 문창진은 ‘파넨카킥(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킥)’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주목을 받았다. 당시 4골을 터뜨린 그는 ‘원더 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프랑스와의 친선경기(1-1 무)에서는 페널티킥에서 파넨카킥을 시도하다 실축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린 대회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 기회를 얻은 그는 이번에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문창진은 “파넨카킥도 생각했지만 실축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상대 공세에 고전하던 대표팀은 문창진의 선제 골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체구(170㎝, 67㎏)는 작지만 저돌적 돌파가 장기인 그의 우상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시티의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 유소년 시절 독일에서 축구유학을 하며 선진 축구를 경험한 그는 자신의 연령대가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골짜기 세대’로 불리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문창진은 “대표팀이 약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오히려 단합을 다지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문창진은 “결승전까지는 5경기가 남았다. 분위기를 유지해 우승도 노려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문창진의 ‘특급 도우미’는 포항제철고 후배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었다. 황희찬은 페널티킥을 얻어낸 데 이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문창진의 결승골도 도왔다. 과거 황희찬은 “창진이 형의 대표팀 활약을 유심히 봤다. ‘제2의 문창진’보다는 ‘제1의 황희찬’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문창진은 “둘 다 포항제철고의 축구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올림픽 최종예선 30경기(22승 8무)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예멘을 2-0으로 꺾은 이라크에 골 득실에서 뒤진 2위가 됐다. 신 감독은 “예멘과의 2차전(16일)에서는 다득점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수비 집중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소한 실수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B조 예선 1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