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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강원 초중고 절반 폐교 위기… 교육계 ‘비상’

입력 | 2016-01-15 03:00:00

통폐합 권고기준 따를 땐 45% 해당… 도교육청 “지방교육 황폐화” 반발
‘작은 학교 희망만들기 사업’도 차질




지난해 8월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주민들이 내건 지암분교 폐교 반대 플래카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지역 교육계와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교육부의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을 따를 경우 강원도 내 초중고교 절반가량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도내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통보한 ‘적정 규모 학교 육성(소규모 학교 통폐합) 및 분교장 개편 권고 기준안’에 따라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도내 초중고교의 45.5%에 해당하는 306개 교가 통폐합 대상이라고 14일 밝혔다. 아울러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통폐합 권고 기준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떠넘기기에 이은 지방 교육 황폐화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부가 통보한 권고 기준은 면·벽지 60명 이하, 읍지역 초등 120명 중등 180명 이하, 도시 지역 초등 240명 중등 300명 이하다. 이는 현재 면·벽지, 읍지역, 도시지역 구분 없이 60명 이하로 돼 있는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기준에 비해 매우 엄격해진 셈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도내 통폐합 대상 학교는 306개 교로 초등 220개, 중학교 65개, 고교 21개다. 초등학교는 본교 351개 가운데 177개(50.4%)가 통폐합 대상이고, 분교는 43개 모두 통폐합해야 한다. 특히 횡성 영월 화천 고성 지역의 초등학교는 80%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나머지 군(郡) 지역 초등학교도 철원(37.5%)을 제외하고는 절반 이상이 통폐합 대상이다.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학교 통폐합 기준 강화가 강원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교육청은 2013년부터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를 시작해 도내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희망 만들기 모델 학교는 학생이 4.5%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통폐합 위기에 처했던 초등학교 6곳이 적정규모 학교로 변해 자생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부터 에듀버스와 통학 구역 광역화 사업을 확대해 도심에서 외곽의 작은 학교로 다닐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농산어촌 교육희망재단’을 설립해 중장기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부는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을 통해 복식 수업과 순회교사 운영 해소를 통한 교육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교우 관계 폭을 확대하고, 교사들의 적정 수업시간을 확보하며, 학교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통폐합 학교에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강원도교육청은 이를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어 교육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작은 학교는 학생들의 큰 꿈이 자라는 배움터이고 교직원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소중한 일터이며 지역 주민과 동문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라며 “주민의 동의가 없는 일방적인 학교 통폐합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