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4년 벤저민 프랭클린은 낮이 긴 기간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면 어두운 저녁 시간대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서머타임제’, 즉 일광절약제는 20세기 초에 널리 받아들여져 영국을 필두로 70여 개국에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제도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전쟁이었다. 전쟁 때는 생산성 저하보다 에너지 절약이 우선순위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일광절약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이 제도는 인간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대의 연구진은 일광절약제 시행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 연구논문 60여 편을 종합해 분석했다.
일광절약제 시행이 교통사고 등의 각종 사고를 유발한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봄철 일광절약제 시행 후에는 교통사고가 7∼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 주 내 35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일광절약제 시행 지역과 비시행 지역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 10년 치를 비교한 결과 이 제도가 시행되는 지역의 SAT 성적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일광절약제는 40분 정도 잠을 덜 자게 한다. 보다 길게 깨어 있다면 보다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적게 자는 동안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 각종 사고를 유발하며 건강을 해친다. 심지어 성적도 낮아진다. 조명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하다. 일광절약제는 반드시 없애야 하는 제도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