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보건당국 총체적 부실대응”… 질병본부 등 실무자 16명 징계 요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1번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지만 8일이나 보건 당국의 방역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를 진료한 삼성서울병원은 접촉자 명단의 연락처를 누락하거나 뒤늦게 제출했다. 조기 수습 기회를 놓친 데다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등 보건 당국과 의료기관의 태만으로 사태를 키운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메르스 대책을 지휘했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옥주 전 차관이 징계에서 제외돼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지난해 5월 11일 처음 증상이 발현된 1번 환자는 19일 오후 8시에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에 신고하고도 이미 34시간이 지난 다음이다. 보건 당국이 방문 국가가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며 신고 철회를 종용하고 검사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다른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도 격리 대상 범위를 좁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WHO는 2m 이내에서 접촉한 사람을, 질병관리본부는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을 격리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의사가 격리 대상에서 빠졌고 1번 환자와 접촉한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도 제외돼 확산 범위가 넓어졌다.
감사원은 3차 감염으로 환자가 급증했는데도 병원 이름 비공개를 고수해 감염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린 문 전 장관은 이번 징계에서 제외됐고 최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용됐다. 그 대신 방역 활동 ‘실전’에 나선 질병관리본부에 징계가 집중됐다. 감사원은 양병국 본부장의 해임을 권고했고, 질병관리본부 센터장 등 실무자 8명에게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통보하는 등 모두 16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과징금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감사원은 “실무자들이 문 전 장관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고, 문 전 장관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미 사퇴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