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말 경성부 죽첨정 일정목 21번지. 백범 김구 선생이 살던 경교장과 맞닿은 이 집에 오경자 씨(80·여)의 가족이 살았다. 경교장 문 앞을 지키던 경찰은 근처에 서성대는 아이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주곤 했다. 당시 10대 소녀였던 오 씨가 동생들과 뛰어놀고 있으면 김구 선생이 다가와 “너희가 오 씨네 집 애들이구나”하며 케이크와 과일을 건넸다.
1949년 6월 26일. 집에서 책을 보던 오 씨에게 두 발의 총성이 들렸다. 놀란 오 씨는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당시 서대문경찰서 소속 김태헌 순경이 서 있었다. 오 씨는 “무슨 소리에요?”라고 물었지만 “알 거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백범 선생이 안두희에 의해 암살당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경교장부터 서대문 밖 영천까지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고 오 씨는 전했다.
현재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내 위치한 경교장은 해방 후 국내로 돌아온 백범 선생의 숙소였다. 이 주변에서 백범 선생을 지켜봤던 증인 4명의 인터뷰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경교장’으로 발간됐다. 오경자 씨 외 임시정부의 마지막 경위 대장이었던 윤경빈 씨(97), 어린 시절 백범 등 임정요인들과 지낸 김자동 씨(88), 임정 문화부장 김상덕 선생의 아들로 경교장에 거주했던 김정륙 씨(81)의 회고록이 담겼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