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내놓은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에 담긴 ‘전세보증금 전용 투자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이 펀드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서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채권, 펀드, 뉴스테이사업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원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연 4% 안팎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정부가 공언하지만 금융소비자원은 “보여주기식으로 급조된 홍보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정책은 월세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과도기에 보증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세입자의 고민을 잘 짚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결과는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금융의 오랜 원칙을 스스로 깬 점은 두고두고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펀드는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자산운용사가 전체 펀드의 5% 정도를 출자토록 해 이 자금으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발상은 명백한 관치(官治)이다. 운용사가 출자를 거부하면 팔이라도 비틀겠다는 말로 들린다.
정부가 과거 연기금 투자수익률(연 3.7%)을 참고해 연 4% 수익률을 목표치로 정했다고 하지만 과거 수익률은 참고자료일 뿐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대출을 갚지 않고 펀드에 들 수 있는 사람은 여유 있는 고소득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이 서울 강남 세입자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될 때 서민이 느낄 상실감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