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단독 선대위원장을 전제로 (영입을) 수락했고, 선대위는 당 대표의 권한이 이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 시기를 밝히지 않았고,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시 공동 선대위원장을 둘 수 있다는 식으로 여운을 남겼음에도 김 위원장은 자신이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야당이 통합되는 게 간절한 희망일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라면 당이 이렇게 분열됐겠나”라고 반문해 통합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봤다.
김 위원장은 전두환 정부 때부터 35년간 여야를 넘나들고,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중도보수 성향이다. 그가 ‘철새 정치인’ 논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과거 2억 원대의 뇌물 수수 비리로 실형을 살고 의원직을 상실한 전력도 있다. 혁신위원회까지 구성해 마련한 ‘비리 전력자의 공천 배제’와 정면충돌한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김 위원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한 것은 양수겸장의 방책으로 보인다. 먼저 안철수 의원 주도의 국민의당으로 자당(自黨) 탈당 의원들이 몰려가는 흐름을 끊기 위해서다. 중원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새누리당에도 일격을 가하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더민주당에 안착하려면 이 밖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야당을 재정비하고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친노 패권주의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확 달라져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도 가능해질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를 당의 총선 대표 정책으로 내세우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평소 “복지는 성장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복지의 우선순위는 최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이라는 복지관을 내비쳤다. 반(反)재벌과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당 노선과 차이가 커 충돌할 소지가 있다. 지금 같은 경제 침체기에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국민에게 먹힐지도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