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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美는 붙잡으려고 설득… 한국선 검증 명분으로 안받아줘

입력 | 2016-01-16 03:00:00

‘두뇌 유출’ 상징적 사건된 2013년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 낙마




현 정부 첫 내각 인선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김종훈 전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동아일보DB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재미동포들 중엔 ‘언젠가 모국에 돌아가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전에는 자녀들에게 ‘철저한 미국시민이 되라’며 아예 한국말도 가르치지 않는 부모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한국 발전에 기여하라고 가르치는 동포들이 많아졌다.

그런 동포들에게 2013년 김종훈 전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56)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낙마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연방공무원으로 일하는 한 재미동포(44)는 “김 씨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특별 관리하는 최고 두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가 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간다는 결정을 한 것에 크게 놀랐고, 그가 한국에서 거부당한 것에 더 놀랐다”고 말했다.

당시 CIA가 김 씨의 한국행을 막기 위해 갖은 설득과 회유, 심지어 협박까지 했다는 건 동포 사회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일각에선 “미국은 김 씨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악했고 한국 사회는 김 씨를 들이지 않으려고 발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당 등은 검증을 명분으로 그와 가족의 개인사를 물고 늘어졌다. ‘미국인은 국적을 포기해도 한국의 장관이 될 수 없다’는 논리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김 전 사장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에서 이중국적 문제 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파문을 기억하는 재미동포 인사들은 “그 파문을 겪은 뒤 한국 정치권이 ‘해외 우수 인력’의 영입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꿨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전 사장은 또 “조국 헌신에 대한 의지가 너무 가벼웠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내가 진짜 비판받아야 할 것은 한국 정치에 대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치와 관료주의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