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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선진국들 미래 에너지원 확보 치열한 경쟁

입력 | 2016-01-16 03:00:00

[‘1경4000조 원’ 新에너지 혁명]
독일, 가정집 지붕에 태양광 설치 지원… 일본, 에너지 필요 없는 스마트시티 구축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청정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석탄과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에 수반되는 비용과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지구에 매장된 자원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미래의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인 셈이다.

미국에서 청정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지난해 8월에는 구체적 청사진인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을 발표했다. 미국 50개 주가 15년 뒤인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발전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2005년 배출량 대비)를 당초 30%에서 32%로 높이고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청정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중 목표치를 22%에서 28%로 늘리는 것이 뼈대다.

이 계획은 연방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주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당수 주의 연방 의원들은 이번 계획에 반대하고 있지만 주 정부들은 이미 ‘대세’를 따라 청정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대체에너지 개발에 유력 경제인들을 끌어들였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대체에너지 분야 투자를 300억 달러(약 36조 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2012년 세계 최대 규모의 캘리포니아 주 ‘토파즈 태양광 단지’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아이오와 주 풍력 발전 단지에도 투자하고 있다.

일조량과 일조의 질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독일도 태양광 육성 정책을 펴 시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출범 이후 ‘탈(脫)원전 정책’을 펴면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장려했다. 그 결과 2014년 대체에너지 비중은 27.8%로 석탄 에너지 비중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독일의 목표는 이 비중을 2020년까지 35%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기간 대체에너지 장려 정책은 일반 독일 국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한 독일 북부의 소도시 하멜른은 10년 전부터 일반 가정집의 에너지 리모델링을 시청이 적극 지원해 ‘태양광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하멜른 시청은 도시 내 모든 건물의 지붕에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했을 때 경제성이 어떤지를 추정해 ‘빨강’과 ‘노랑’ 두 가지 색깔로 구분한 ‘태양광 등급별 주택 지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빨간색은 적합, 노란색은 부적합이다. 시청은 언제든지 시민에게 태양전지 패널 설치 정보를 설명해 주고 은행에 설치비 대출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이 도시에선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태양광 시설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은 모아진 돈으로 학교나 공공기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사업체로 키운다. 시민들은 식수 개발이나 열 병합 및 바이오 발전, 수력 개발과 가스 관련 조합에 투자한다.

프랑스도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지만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25년까지 원자력 의존도를 75%에서 50% 선까지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럽풍력에너지협회(EWEA)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까지 풍력에너지에서 얻는 전기량을 현 8.2GW에서 19GW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일본 역시 ‘세계 에너지 혁명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재생에너지 활용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전자회사들은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고 저장한 뒤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홈 에너지 기술이 뛰어나다. 한화큐셀 저팬 관계자는 “지진이 많은 일본은 외부에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기업인 파나소닉은 2014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후지사와(藤澤) 시에 1000가구 규모의 일본 최대 스마트시티를 구축했다. 현재는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시 교외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 스마트시티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건설하고 있다. 터만 160만 m²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소프트뱅크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홋카이도(北海道)에서 3만 가구의 연간 소비 전력에 해당하는 11만1000kW 규모의 일본 최대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했다. 지난달에는 35만 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인도에서 수주했으며 장기적으로 인도에서 2000만 kW 규모의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22∼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외에도 지열 풍력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해 7월 후쿠시마 앞바다에 7000kW짜리 풍력발전소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의 부유식 풍력발전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지열 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립공원 관련 규제를 풀었다. 화산 지대를 활용해 0.3%인 지열 발전 점유율을 2030년까지 1%로 확대하기로 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