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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엄마 아빠를 빼앗아간 미운 내동생

입력 | 2016-01-16 03:00:00

◇내 동생은 늑대/에이미 다이크맨 지음/자카리아 오호라 그림/서남희 옮김/40쪽·1만1000원·토토북




포털 사이트에 ‘동생’이란 단어를 입력해 보면 질문들이 놀랍습니다. 존재만으로도 못 견디게 싫으니 어떻게 처치하면 좋겠냐고 하네요. 행동 하나 말 한마디도 봐줄 수 없으며, 어떻게든 그 꼴을 안 보고 살고 싶다는 말도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질문이에요. 연관 검색어로 ‘동생 괴롭히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스 신화는 물론이고 성서에도 언급되는 형제간에 얽힌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글감으로 지금까지도 유효하지요.

토끼 도트네 가족에게 찾아온 동생은 하필 늑대입니다. 이름은 울피예요. 도트는 동생 울피가 언젠가 가족 모두를 잡아먹을 거란 생각뿐입니다. 그런데 아빠 엄마는 울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네요. 심지어 울피가 예쁘다고 합니다. 홍당무를 먹어치우는 울피를 카메라에 담느라 도트는 안중에도 없어요. 집안 모든 카메라가 다 동원되었습니다. 도트는 시종일관 못마땅한 표정이지요. 게다가 울피는 도트만 기다리고 도트 뒤만 졸졸 따라다니니 더 짜증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울피가 괴롭힘당하는 것을 보자 도트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요. 곰을 물리칠 만큼 도트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엄청난 용기가 생깁니다.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이전까지 온전히 자기 소유였던 모든 것, 온 우주를 다 빼앗긴 언니들의 아픔을 속속들이 헤아려 주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서열화로 정리하고 인내와 배려를 강요해요. 아직 어린 언니들은 대혼란에 빠집니다. 동생을 최상위 포식자 늑대에 비유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엇이 그들의 상심을 위로할까요? 이 책을 모든 언니, 오빠, 누나, 형들하고만 읽어 보세요. 동생이 푹 잠든 걸 확인한 후에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