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악서총람/장정일 지음/592쪽·1만7800원·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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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소개하는 책은 무려 170권이 넘는다. 트로트부터 팝, 록, 재즈, 클래식, 국악까지 다양한 음악사를 꿰뚫으며 독후감을 늘어놓는 탓에 음악 마니아 아닌 독자는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런데 책장은 제법 술술 넘어가게끔 돼 있다. 챕터별 분량이 5, 6쪽으로 짧게, 짧게 토막 나 있기 때문이다. 재즈 전문 월간지 ‘엠엠재즈’에 연재된 ‘장정일의 음서(음악서적) 이야기’를 모은 게 내용의 대부분이어서다.
제목이 ‘딱’이다. 다루는 음악서적의 범주가 방대하다. 국내에 우리말로 나온 음악서적은 거의 다 소개했다. ‘존 레넌’ ‘마일스 데이비스’ ‘에디트 피아프’ 같은 음악가 평전, ‘호모 무지쿠스’ ‘서양음악사와 여성’ 같은 학술서가 많지만 ‘꿈꾸는 책들의 도시’ ‘콘트라베이스’ ‘와이키키 브라더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 속에 녹아있는 음악 흔적들도 추출해 늘어놓는다. 저자는 여러 장을 할애해 헤르만 헤세를 음악의 성자라고 부르며 그의 장편소설 속에 음악이 흐르지 않는 경우는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뿐이라고 짚어내기도 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