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전국 PC방 7459곳, 컴퓨터 47만 대를 ‘좀비 PC’로 만들어 인터넷 사기도박을 벌인 ‘사이버 타짜 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이버 타짜 조직 총책이자 악성코드 개발자인 이모 씨(36) 등 2명을 구속하고 사기도박 작업장을 운영한 천모 씨(42)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전국 PC방 컴퓨터 77만 대 중 60% 정도에 악성코드를 심어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과 2011년 3·4 디도스 공격 당시 각각 이용된 27만 대, 10만 대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경찰에 따르면 사립명문대 컴퓨터 공학과를 중퇴한 이 씨는 2004년부터 3년간 게임 서버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했다. 이 씨는 개발자로 일하면 알게 된 IT 벤처 사업가 양모 씨(35)에게 8억 원을 투자받아 2008년 IT벤처 업체를 설립하고 대표가 됐다. 하지만 2010년 사업이 망하자 이 씨는 8억 원을 돌려 달라는 양 씨의 협박에 시달렸다.
인천에 마련한 작업장에선 도박 선수들이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보면서 사기도박을 벌였다. 확인된 범죄 수익만 4년간 40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양 씨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던 이 씨도 범죄 수익에 눈이 멀어 조직을 인수하고 총책으로 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코드가 컴퓨터에 파일 형태로 저장되지 않아 백신 프로그램도 적발하지 못했다”며 “PC방에서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잠깐 즐기다 돌아가 피해를 본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양 씨를 추적 중이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