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주역만 맡는 톱스타는 별세계에 있는 듯 멀게 느껴지는 데 비해 짧은 시간에 머리에 각인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명품 조연은 훨씬 살갑게 다가온다. 주인공 못지않게 관객들 마음을 훔치는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를 ‘신스틸러(scene stealer)’라 부른다. 작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1회 신스틸러 페스티벌에서 만년 조역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나란히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제 막 내린 ‘응답하라 1988(응팔)’은 모처럼 2030, 5060세대 구분 없이 사랑받은 드라마였다. 인기 코드인 ‘막장’을 버리고 사람의 향기를 담아내 ‘세대 통합’에 기여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응팔’ 성공 비결로 신스틸러의 캐스팅을 빠뜨릴 수 없다. ‘치타여사님’을 포함한 보라엄마 선우엄마 등 아줌마 삼총사에 모자란 듯 보여 정이 가는 정봉이, 흥 많은 쌍문고 학생주임, 절제된 연기의 꼬마 진주 등. 찾아보면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웃으로 완벽 빙의한 그들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