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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모 될 자격 없는 어른’이 불쌍한 아이 죽음 불렀나

입력 | 2016-01-19 00:00:00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했던 아버지 최모 씨(34)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는 정신병도, 사이코패스 징후도 없지만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매를 맞고 자랐다고 한다. 어머니 한모 씨(34)도 부모의 방임과 무관심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이들은 20대 초반에 뚜렷한 생계대책도 없이 동거를 시작해 아이를 낳았고 그제야 혼인신고를 했다. 최종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부모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부모가 되는 바람에 ‘아동학대의 대물림’이라는 끔찍한 일을 일으킨 듯하다.

학교도, 지역사회도 이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 최 군이 다니던 학교는 주민자치센터에 출석을 독촉해 달라고 두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 채 90일이 지나자 ‘정원외 관리대상’으로 넘기고 방치했다. 그러나 부천시는 어제 최 군이 살던 심곡3동 주민센터를 감사한 결과 공문이 한 건만 접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학교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주민센터가 공문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인지, 또 센터는 공문을 받고도 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담임교사 신고의무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했다. 교직원의 신고의무제는 현재 시행 중인 아동학대범죄특례법이 이미 규정해 놓고 있다. 있는 법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대책만 남발하는 꼴이다. 차제에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가 총괄하고 교육부와 법무부 검경은 지원하는 일원화된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는 특별한 이유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도 아동학대로 보고 ‘장기결석 아동 조사’를 중학생까지 확대할 방침임을 밝혔다. 아버지 최 씨에게 폭행치사죄보다 무거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올해를 ‘아동학대 제로의 해’로 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아동학대방지법 제정안은 4년째 국회에서 심의조차 않고 있어 정치권 책임도 크다.

‘부모자격 시험’을 도입할 순 없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임신과 출산,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부모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누리과정 지원금과 연계한 부모 교육 의무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부모가 돼서도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어렵고 소외된 가정부터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