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對中외교]한-중 관계 현주소
○ 현상 유지 원하는 중국
이는 한중 관계가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외형상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붕괴를 막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김정은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붕괴돼 한미 주도로 통일된 한반도와 접경하기보다 ‘이대로’를 중국은 원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일 위안부 협의 타결로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동북아 외교지형이 다시 떠오르는 상황에서 중국을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담화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끌어 내겠다”고 공언한 것도 당장 유엔 대북 제재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 외교 전반을 바꾸는 중장기 접근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갈수록 중국의 대북 제재 의지가 낮아질 테니 나중에 깎일 걸 감안해 제재 초안을 강하게 질러야 한다”는 식의 현실안주론이 팽배해 있다.
○ 착각에 빠진 한국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눈이 로맨스에 빠져 터무니없는 기대를 해왔던 것일 뿐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보여준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하는 여론을 두고 정통한 중국 외교소식통은 18일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대북정책에서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해관계가 바뀌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중국에 대한 ‘짝사랑’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하고 톈안먼(天安門) 광장 전승절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환대받았던 ‘겉모습’ 때문에 한중 관계에 대한 환상에 빠진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역대 한중 관계 가운데 최상’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건 축복’이라며 대(對)중국 외교의 성공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좋아 보였던 건 박근혜 정부가 잘해서라기보다 한일 사이가 워낙 나빴고 한미일이라는 협력 관계가 제대로 구현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출범 때부터 최악의 한일 관계를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를 한일, 한미일 결속의 고리에서 떼어놓기 위해 ‘대일(對日) 외교 전선의 파트너’로 활용하려던 측면이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