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국회 조속처리 촉구 성명 리퍼트 美대사, 국회 찾아와… 법안수정 요구 성명서 전달 이상민 “시간 갖고 충분히 협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 규정하는 법률시장 개방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리퍼트 대사는 18일 이 위원장을 만나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게르하르트 사바틸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 라비 케왈람 주한 호주대사대리 등 한국과 FTA를 체결한 4개국 대사가 서명한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개정안은 외국 로펌의 한국 내 합작 법무법인 설립을 제약하는 여러 조건을 담고 있다. 한국의 법률 서비스 시장을 더욱 완전하게 개방하는 외국법자문사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리퍼트 대사는 “모든 당사국이 만족할 수 있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갖고 법안 협의와 검토를 거치는 것이 좋다”며 “관련 부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적극 협력해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고 건의했다. 국회가 개정안을 수정하지 않고 통과시킨다면 통상외교 마찰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4개국 대사들이 국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심의 중단이나 보류가 아니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며 “관련 부처와 관련국 사이의 협의 과정을 살펴가며 1월 임시국회나 2월 국회 때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까지 법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없는 만큼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유관 부처에 우방국들을 잘 설득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관련 전문가는 “원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향후 상대국들과 생길 수 있는 다른 통상 문제에 대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방법”이라며 “국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단체들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실질적 절차적 하자가 없는데도 4개국 대사들의 문제 제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입법 절차의 진행이 중단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국회의 조속한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사관 측이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했지만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장관이 주한 4개국 대사관 측과 만나 의견을 이미 들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양측이 현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길진균 기자